시인의 마을

가을 사랑 - 도종환

여울바위 2010. 11. 2. 09:17

가을사랑 - 도종환

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.

 

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
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.

 


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
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.


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
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.


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.

.

.

.

그리도 기다렸던 가을은

엊그제 나 왔어 하더니

무에 그리 바쁜지

망설임도 없이 벌써 이별을 고하려 하네요.

 

흐르는 음악 : 로라 피기 "Autumn Leaves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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